언제까지 계발을 해야하는 걸까?

이제 미칠 각오로 노력하지 않으면 더 이상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힘겨운 수험생활을 거쳐 내 지적 수준을 서열화 하여 들어온 대학에서는 다시 취업을 위한 경쟁의 시작이다. 설사 사원증을 운좋게 손에 쥐더라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전세,월세 걱정 없는 따뜻한 집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얼마나 될까?

2006년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의 인기로 시작된 자기계발 도서들은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 시작했고,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광기 없이 살 수 없는 현실 사회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스스로 온갖 인생역경을 다 겪어보며 살아왔다던 이 시대 멘토들은 청춘을 위로한다며 일년에 수백권씩 자기계발서로 청춘을 유혹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고, 한 가정을 이끄는 우리의 삶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뉴스젤리는 소수에 대한 인터뷰, 제한적인 리서치가 아닌 수백만건의 SNS 데이터를 분석해 다른 매체에서 다루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동안 기사를 만들어왔다. 뉴스젤리가 1년여동안 200여편 가까이 되는 기사들을 제작하면서 느낀점은, 데이터 안에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세대 젊음들의 이야기를 SNS 분석을 통해 알려주고자 한다.

자기계발을 필요로 하는 매 과정마다 수 많은 청춘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서로의 처지와 상황을 토로하고 위로하는 말과 글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간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보여준다면 힘든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제 20대에서 50대까지, 노력하거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그 누구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 이제는 미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왜 우리는 이토록 미쳐야만 살 수 있게 된 것일까?

88만원세대(월 약 88만원 정도의 수입을 갖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확률이 높은 세대)부터 3포세대(연애, 결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세대)를 거쳐 이케아세대(저렴한 가격에 빼어난 디자인, 약한 내구성에 단기적 만족감을 충족 시켜주는 이케아 가구처럼 낮은 몸값에 뛰어난 능력, 그러나 고용 불안으로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세대)까지 세대의 불안은 이제 언론과 학계의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가 될 만큼 극단적이고, 드라마틱해졌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목소리는 날로 커져가지만, 어른들은 ‘나도 아팠으니, 너희도 아픈 것이 당연하다. 어깨 쭉 펴고 가서 공부나 해라’ 같은 소용없는 잔소리를 되뇌이며 이를 힐링이라는 멋진 포장지로 청춘의 상처를 덮기 시작했다.

믿고 따를 길잡이가 없는 현실속에서 청춘들은 스스로를 자기계발시장의 호갱(어원은 호구+고객님으로, 스스로에 불리한 계약이나 구매를 하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비속어)으로 기꺼이 자신을 전락시키고 있다.

 

자기계발시대 : 자기계발서의 위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당신에게 긍정적인 일들이 찾아올 것이다.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만 하면 당신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제시하고, 당연한 권리로 요구하라. 그러면 그것이 당신에게로 끌려온다.”<시크릿>


1990년 이후 급격히 성장한 자기계발서 시장은 2000년대에 이르러 폭발적인 성장을 하였다. 1990년 15권에 불과하던 자기계발서의 수는 2000년 <시크릿> 열풍에 힘입어 10년 만에 한 해 480여권이 출간되었다. 2003년에는 1,090여권을 돌파, 2013년 2,003권으로 20년 만에 130배에 달하는 양적인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 에세이, 재테크 분야와 같이 힐링 하는 법,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는 유사 자기계발서까지 포함한다면 한 해 5,000여 권의 자기계발 관련 서적이 출간되고 있다.


자기계발서의 출간 수와 비례하여 그 인기 또한 무섭게 성장했다. 1999년도 베스트셀러 100위 중 자기계발서는 5권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2001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가 1위를 차지한 이후로 자기계발서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하였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으로 자기계발 분야 서적이 베스트셀러 1위를 수성하였고 덕분에 2013년 기준으로 총 11권의 자기계발서가 100위 안에, 그 중 10권이 30위 안에 분포하게 되었다. 여기에 에세이, 재테크 분야까지 포함한다면 2010년도에는 100위 중 44권이 2013년도에는 26권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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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분야가 하나의 시장으로서 자리잡게 되자, 너도 나도 식의 갖가지 주장을 내세우는 패러다임들이 공존하기 시작했고, 이는 오히려 청춘을 자기계발의 덫으로 이끌었다.
현재의 자기계발서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 패러다임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윤리적 패러다임, 다른 하나는 신비적 패러다임이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89)>로 대표되는 윤리적 패러다임이 환경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의 의지와 근면을 통한 성공을 강조한다면, 2000년대 후반에 크게 유행한 론다 번의 <시크릿(2006)>은 자기 최면과도 같은 상상의 힘을 신봉하며, 노력과 실천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충고한다.
두 흐름 모두 사회적 모순을 배제하고 모든 문제를 자기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때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던 어른들이 이제는 가만히 앉아 상상만 하면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모순 속에 갇힌 청춘들은 나아갈 길을 알지 못한 채 자기계발이라는 미로 속에 갇혀 허우적 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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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진 취업문과 각박한 직장생활, 천문학적인 결혼과 주거 비용, 거기다 아이를 가지면 포기해야하는 개인의 꿈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은 청춘에게 힘든 척 하지 말고 노력을 넘어 몽상을 거쳐 광기를 가질 것을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세대들의 자기 계발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든 세대를 위한다며 자기계발서를 펴낸 작가들 중에 이 시대 청춘의 삶을 제대로 살아본 이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자기계발서의 수박 겉핥기 식의 진단이 뻔한 처방만 만들어냈지, 세대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5~6명 인터뷰하고 일반화 시키는 기사가 아니라 현실이 어떤지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고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쳐있는 그들에게 최고의 처방을 선사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감추지 않은 있는 그대로 써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