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학원비와 교재 비용 등을 생각하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 스터디 모임 2~3개는 기본”

Part1. 스터디로 시작해서 스터디로 끝나는 하루


요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으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답이 있다. 바로 스터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짐작하는 것처럼 스터디는 단순한 공부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다’와 ‘스터디하다’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공부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스터디(study)는 ‘공부를 하기 위한 모임’ 그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현실 속에서 공부가 더이상 지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무기가 되어버렸음을 보여준다.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해본 적 없는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스터디는 요즘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꼭 거쳐가는 코스라고 한다. 취준생들은 스터디에서 공통된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면접, 시헙 등을 준비하고 취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취준생들이 굳이 스터디에 참여하는 이유는 공모전 단체 참가, 정보 교환 등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준비 과정 속에서 습득 해야 할 수많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위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20대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스터디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포털 취업 커뮤니티 ‘스터디 모집’ 게시판의 게시글의 빈도수를 분석한 결과 2009년 624건 밖에 되지 않았던 스터디 모임은 2014년 말 9044건으로 15배 가량 증가했다. 스터디 게시판의 종류는 취업, 어학, 기타로 나뉘는데 가장 비율이 높은 것은 역시 취업 스터디로 2010년 149건에 불과하던 수가 2014년에는 5986건으로 40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해마다 증가하는 스터디 수에서 점점 더 좁아져 가는 취업문을 통과하려는 취준생들의 노력이 얼마나 고된지를 단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취준생들은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스터디를 하고 있을까? 취업 커뮤니티 스터디 게시판의 스터디 모집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기업별 언급 순위에서 연도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대기업 또는 금융권이 스터디 1순위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대기업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삼성과 현대의 인기는 스터디 시장에서도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에게 졸업 후 와달라고 설명회하러 오던 대기업들이지만, 현재 취준생들은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냐는 질문을 들고 그들의 기업 설명회에 자발적으로 가는 것만 봐도 이러한 행태를 이해할 수 있다.
분야별로는 금융, 전자 등이 인기를 보이며 이공, 인문, 상경계열 등이 서로 나뉘어 스터디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는 세분화되어 가고 있는 취업 시장의 요구에 자신을 적합한 인재로 맞추기 위한 취준생들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융합형 인재가 취업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이공, 인문 계열 출신 취준생들이 함께 스터디를 조직하여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고자 하는 융합형 스터디도 종종 눈에 띄었다. .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인턴 관련 스터디가 꾸준히 상위권에 오른다는 사실이다. 정규직 채용이 아닌 인턴 채용을 위해서도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 취준생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이 힘들게 갖춘 스펙을 양손에 쥐고 들어선 취업시장 스타트라인에는 자기소개서, 인적성 시험, 면접이라는 더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스터디 게시판의 스터디 종목을 분석한 결과 면접 과정의 단계가 점차 심화되고 인적성 시험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면서 스터디도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양상을 살펴 볼 수 있었다. 면접은 토론, 팀장, 임원 면접 등으로 세분화 되고 시험 역시 인성, 직무, 시사 등 그 대상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어느 회사를 갈지, 갈 곳이 없으면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을 해본 적 없는 우리 세대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그들에게 스터디는 취업을 위한 정보공유를 넘어서 일상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최근 기상시간, 도서관 출석 같은 자율적인 일과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상호 점검하는 ‘생활형 스터디’가 큰 유행이 되고 있다.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상대가 제 시간에 기상했는지, 도서관에 출석은 했는지를 확인하는 카톡 출첵 스터디도 큰 인기이다. 이 외에도 독서나 영화 감상 같은 문화 생활이나 체육 활동 등 다양한 스터디들이 20대의 24시간을 메꾸고 있다. 이제 ‘일상’마저도 ‘스터디화’ 시켜야만 하는 취준생들의 안타까운 삶을 목격하게 된다.


그렇다면 20대들은 스터디 앞에서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을까? 스터디와 관련된 감성키워드를 별도로 분류하여 파악해본 결과 ‘열심히’, ‘성실’하게 스터디를 함께 할 회원들을 모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에 따라서는 ‘취업을 뽀개기 위해’, ‘목숨을 바쳐서’, ‘절실하고’, ‘빡세게’ 스터디를 할 열성 회원들을 필요로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취업은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이런 20대의 실상을 들여다보니 늦게 태어난 것을 후회한다는 그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 애처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삶을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