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기계발서 속 꿈 같은 동화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취준생의 진실된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었다. 취업 커뮤니티는 취업 관련 수기, 취업, 면접 정보 등 대기업, 정규직으로 가는 길 저마다의 노하우들 공유하는 공간이다. 포털 취업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어떤 게시글들이 올라오는지 분석했다.

하루 3000개 이상의 글과 1000명 이상의 신규 회원이 등록될 만큼 엄청난 정보가 만들어지는 취업 커뮤니티에서 취준생이 올리는 게시글안에 담겨있는 스트레스는 엄청 났다.
빈번한 낙방과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들,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어정쩡한 주변인의 신분은 자기 비관으로 이어지기 일쑤였고 정보에 대한 공유를 넘어 처지를 비관하고 가족에게 못하는 절망의 소리를 내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취준생들의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표면화하여 측정해보기 위해 취업 커뮤니티 게시글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ㅠㅠ’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ㅠㅠ’라는 키워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취준생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진단 할 수 있었다.


‘ㅠㅠ’ 키워드가 언급된 게시물의 기간별 빈도수를 살펴 보았다. 2009년 1만 4천 건에 불과하던 ‘ㅠㅠ’ 언급량은 2010년 2만 7천 여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2014년 11월 당시 5만 6천 건의 게시글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 되었다. 또한 공채 모집이 많은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야기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2009~2014년 상반기에 ‘ㅠㅠ’가 언급된 수는 7만 8천 163건, 하반기에는 13만 1290여 건으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2배 가량 더 많이 언급되었다.

취준생의 눈물(ㅠㅠ) 나는 상황은 해를 거듭할 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들을 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취준생을 울게 만드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앞서 수집한 게시물 중 ‘ㅠㅠ’ 키워드와 동시에 쓰인 연관 키워드(총 1만 1165건)을 분석 하였다.

그리고 이 중 40%가 넘는 4475건이 ‘스펙’과 관련된 키워드임을 확인했다.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토익, 토익 스피킹 등으로 어학점수와 관련된 키워드가 31%였고 그 다음으로 자격증 22%, 대외활동(봉사활동, 공모전 등) 14%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 밖에도 인턴, 학점과 같은 키워드나 인적성, 시사 공부와 같은 채용 전형 관련 키워드도 살펴 볼 수 있었다.

이 키워드들은 앞서 언급한 기본 스펙 7종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스펙이라는 재산을 쌓는 일은 취준생들을 울음 짓게(ㅠㅠ)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부분을 데이터로 볼 수 있었다.
스펙을 쌓아 겨우 서류를 통과한다해도 곧 인적성이 발목을 잡는다. 그 다음에는 1차, 2차, 임원 면접까지 내딛는 걸음마다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니 ‘내 사원증’을 위한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바다와 같다.
영어로 ‘기계 등의 사양’을 뜻하는 스펙(spec)이 대한민국에서는 취준생이라는 계급이 가져야 하는 기본 사양으로 전도되어버렸다. 기계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기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쓰레기통으로 내던져지는 삶, 그게 어쩌면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편입에 워홀에 뭐 준비, 뭐 준비 한다고 시간은 훌쩍 가고 이제 30살이 다 되어가는데… 취준(취업 준비)은 거의 2년이 되어가고… 앞으로가 너무 막막해요. 너무 서럽습니다.”

취업 커뮤니티 고민 게시판에는 온통 ‘떨어지다, 힘들다, 모르겠다, 고민이다, 포기, 싫다, 우울, 최악, 버티다, 죄송하다’ 같은 우울한 어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이들에게 ‘인생’, ‘꿈’에 대한 이야기는 취업 합격자나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취업보다 꿈에 대해 논하던 20대는 지금 ‘인생’, ‘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손 안에 사원증이 쥐어지기 전에는 바라지도 바랄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야기하는 뻔한 취준생의 삶이 아닌, 그들의 처절한 현실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스펙을 만들기 위한 취준생의 삶과 같다는 ‘스터디’에 대해 분석해보기로 했다. 2014년 취준생들의 스터디 실태를 살펴보는 것은 그들의 하루를 가장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취준생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